2013년 9월 12일 목요일

자기 분석과 완벽에 대한 갈망.

자기 분석이 인기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몹시 어렵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둘이서 하는 분석에서는 분석자가 상대방의 합리화들, 저항, 자기 도취에 상대방의 주의를 돌릴 수 있다. 
자기 분석에서는 계속 맴을 돌거나 자기가 그러는 줄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의 저항력과 합리화에 저버릴 위험이 있다. 정말로 자기 분석이 어렵다는 것은 부인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잘 살기 위한 다른 모든 길들도 그러하다. 그 어려움을 스피노자보다 더 간결하게 표현한 사람은 없다. "윤리학" 말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제까지 설명했던 것처럼 여기로 이어지는 길이 몹시 어려워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그 길은 좀체로 발견되지 않으므로 분명히 어려울 것임에 틀림없다. 
구원이 손에 넣기 쉽고 그래서 커다란 노고 없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못 보고 넘어갈 수 있었겠는가? 
모든 고귀한 것들은 그것들이 보기 드문 그 만큼 힘든 것이다." 
최후의 목적에 다다르느냐 못 다다르느냐가 문제라면 그 어려움 때문에 용기가 꺾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완벽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길 중 자신이 도달하는 지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걷는다는 행위에 관심이 있다면, 그 어려움들은 그렇게 어마어마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기 분석은 그 모든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의 내적 투명성과 행복의 증가를 가져다줄 것이다.

-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존재의 기술 (The Art of Being)"


내가 항상 지향하고자 하는 바.
완벽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걷는다는 행위에 관심이 있다면.
목표가 아니라 과정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노래를 하는 것도, 춤을 추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명상을 하는 것도.

나는 걷는다. 올바른 방향으로. 헤맬지라도 계속 걷는다.

이승철 - 아마추어
http://www.youtube.com/watch?v=Bf00g81MGB0

2013년 9월 4일 수요일

세상의 구원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

...정신분석의 승패는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남김없이 이야기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환자에게 말한다. 환자는 중요하지 않거나 주체와 관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는 터무니없다고 여겨 떠오르는 생각을 억누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아무런 편견 없이 다루어야 한다. 꿈이나 강박 관념 등을 원하는 대로 해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바로 비판 때문일 것이다.

정신분석 작업 도중 나는 깊이 사고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는 자신의 심리적 움직임을 관찰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와는 전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관찰하는 사람의 평온함과는 반대로, 사고할 때는 깊이 사고하는 사람의 긴장된 표정과 주름진 이마가 증명하듯이 주의 깊게 자신을 관찰할 때보다 심리적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된다. 두 경우 다 주의력을 집중해야 하지만, 깊이 사고하는 사람은 그것 말고 비판도 한다.

그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인지한 후 비판에 따라 일부는 거부하거나 즉시 중단시켜, 일단 시작된 사고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또한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고, 다시 말해 지각하기 전 억눌러 버리는 사고들도 있다.

그와 반대로 자신을 관찰하는 사람은 오로지 비판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성공하면 평상시 파악할 수 없었던 수많은 생각들이 의식에 떠오른다. 이와 같이 자기 인식을 위해 새로이 얻은 재료의 도움을 빌어 병적 관념과 꿈의 형성물들을 해석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외관상 '자유롭게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생각들에 대해 평상시 행사하는 비판을 포기하고 요구되는 입장을 취하기는 쉬지 않은 듯하다. '의도하지 않은' 사고들은 떠오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위대한 시인이면서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쉴러의 말을 믿는다면, 시적 창작 역시 이와 유사한 태도를 전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 쉴러는 쾨르너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에서 자신의 부족한 창조력을 한탄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보기에 자네 비탄의 원인은 자네의 오성이 상상력을 강요하기 때문인 것 같네. 비유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네. 

오성이 용솟음치는 관념들을, 말하자면 입구에서부터 너무 엄격하게 시험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일 뿐 아니라 정신의 창조 활동에도 해가 되는 듯싶네. 관념이라고 하는 것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별 볼일 없고 또 아주 괴이할 수 있지만, 이어지는 관념에 의해 중요해지거나 마찬가지로 사소하게 보이는 다른 관념들과 결합하여 아주 유용한 구성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네. 

...그와 반대로 창조적인 두뇌의 경우, 오성은 입구의 감시에서 물러난다고 생각하네. 관념들이 '앞을 다투어' 쏟아져 나오고, 그런 다음에야 오성은 한꺼번에 훑어보고 검사한다네.  

스스로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자네 같은 비평가들은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무모함 앞에서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움을 느끼지만, 사실 이러한 무모함은 독창적으로 창조하는 사람들에게는 다 있는 것이고 지속되는 시간에 따라 사고하는 예술가와 꿈꾸는 사람이 구분된다네. 

그러니 자네들이 재능이 없다는 탄식은 너무 일찍 거부하고 엄격하게 구분짓기 때문이라네." (1788년 1월 1일자 서한)

- 프로이트, "꿈의 해석"



...바야흐로 1998년, 드디어 과학은 비밀의 열쇠를 손에 쥐었다. 미국의 두뇌 연구가 마커스 라이클이 자기공명영상을 연구하다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실험 참가자가 테스트 문제에 집중하면서 생각에 골몰하기 시작하자 두뇌 특정 영역들의 활동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들었던 것이다. 당연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라이클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거꾸로 이 영역은 아무것도 하지 않자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테스트가 끝나고 실험 잠가자가 과제에 집중하기를 멈추자, 이 영역의 활동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신경 활동의 기묘한 특성을 두고 라이클은 나중에 '디폴트 네트워크 Default Network'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어떤 특별한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떠오르는 대로 생각의 물결을 따라갈 때 작동한다. 


...도대체 세상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두뇌가 의식적으로 생각을 놓아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런 일은 왜 필요하며, 무엇을 위해 좋은 것인가?

이 물음의 답은 디폴트 네트워크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는지 분석해볼 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연구가 보여주듯, 이 데폴트 네트워커는 하루 일과 중에 긴장을 풀고 몽상을 즐길 때뿐만 아니라, 잠을 자는 동안이나 의식불명 상태의 환자, 심지어 원숭이에게서도 일어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이 모든 정황은 디폴트 양태가 아주 근본적인 역할을 맡는다는 암시가 아닐까.

그리고 이런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디폴트 네트워크를 감당하는 뇌의 영역은 뇌졸증에 걸릴 위험이 지극히 적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다시 말해서 이 영역은 특히 혈액순환이 왕성히 이루어지는 곳이다. 분명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음은 두뇌라는 생각 기관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모양이다. 이 기능이 혹시라도 잘못될까 이처럼 철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두었으니 말이다.

...쾰른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카이 포겔라이(Kai Vogeley)는 디폴트 네트워크야말로 우리를 비로소 인간답게 하는 능력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것이라고 확인한다.

"우리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두고 생각을 할 때 두뇌의 어떤 영역이 활동하는지 알고 있다."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사실은 정신병을 앓는 환자의 '디폴트 양상'이 정상인의 그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아무 생각 없음'은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다. (...)


"합리적이고 의식적으로 계속 문제와 씨름하라. 그러나 결정은 미루어두자.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잠자리에 들어 그 문제를 베개 삼아 잠을 자도록 하자. 그럼 당신의 대뇌피질에서 자리한 무의식의 직관이라는 네트워크가 당신을 위해 나머지 일을 처리할 것이다."

생물학자이자 독일 학술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두뇌 연구가 게르하르트 로트 Gerhard Roth 의 충고다.


- 울리히 슈나벨 (Ulrich Schnabel), "휴식, 행복의 중심"

자신을 알아가는 것과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
다시 말하면 창조 활동은 자신을 알아가는 활동이라는 뜻이겠지.

우리는 너무 의식과 이성의 힘을 과대 평가하고 강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자신에게 요청할 것은 좀 더 의식을 놓아주는 일이다.

깊이 사고하는 것은 잠시 놓아두고, 자신을 관찰하는 연습을 하자. 편안하게.
아래의 프레트 루크스 말대로, 그게 우리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나도 믿는다.

"두뇌는 저 혼자서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논다. 말하자면 두뇌가 자기 자신 안으로 산책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상책이다."

- 두뇌 연구가 울프 징거 Wolf Singer

"긴장을 풀고 편히 쉬세요. 
아마도 그게 당신이 세상의 구원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일 것입니다."


- 경제학자, 환경문제전문가 프레트 루크스



이소라 - Track 1

2013년 9월 1일 일요일

눈물이 차오르는 밤.

A에게

안녕. 잘 지냈어? 
당신에게 정말 꽤 오랜만에 편지를 써. 거의 보름은 넘은거 같은데. 그동안은 너무 무서워서 쓸 수가 없었거든. 당신에게 글을 쓰려하면 머리가 고통스러웠어. 비유법이 아니라 실제로. 

난 당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궁금해. 나는 당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길 바라고 있는 걸까? 나를 생각하며 아파하길 바랄까, 나를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길 바랄까. 

후자를 생각하면 그래도 아련하게 가슴이 조금 매이고 눈물이 차. 아직은. 그렇지만 이제 머리가 아프진 않아. 죽을 것 같지는 않아.

당신을 못 보게 된 이후, 난 길거리에서 당신을 아주 일부분이라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을 스칠 때마다 당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머릿 속에 떠올라.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당신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중 많은 경우가 옷인거 있지? 

내가 몰랐었는데 당신의 옷차림에 많이 눈을 빼앗겼었단 뜻일까? 당신은 참 그렇게 다양한 옷들을 (물론 언니 옷이라지만) 입고 날 보러 와줬던 거. 내가 같은 옷을 입은 모습을 본 것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그만큼 당신이 나를 생각해줬던 것이겠지.

만난지 일주일도 안되었을 때, 당신은 벌써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파악하고 날 위해주었지. 그만큼 나를 배려해주고 싶었던 것이지.

이제와 생각해보니 얼마나 나를 위해주었는지 나를 생각해주었는지 나를 배려해주었는지 더 알게 되는 것 같아. 당신은 나와 함께 있을 때, 나를 위한 모습들을 나에게 주었어. 이걸 깨달으니 눈물이 흘러. 생각보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당신은 아마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 나를 위하지 않는 모습들을 챙겼겠지. 나를 만났을 때, 그 모습들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당신이 나를 하루 종일 보는 것이 힘들다고 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던거지. 상대에게 긍정적인 감정만을 표출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대는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그대는 내가 그대를 좋은 사람으로 보아주길 바랬던 것일까. 그대가 나에게 바랬던 것은 무엇일까. 그대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었던 것을 무엇일까. 지금 내가 그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더욱 절실하게 알고 싶어.

어쩌면 내가 그대의 부정적인 감정을 소화할 수 없는 사람으로 비춰졌을 수 있겠지. 아니 내가 무의식중에 그런 감정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을지 모르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너무도 그대에게 미안해. 너무. 눈물이 차올라.

시간이 이렇게 야속한 때가 있을까. 냉정하게도 시간은 뒤도 안보고 가버려.
이제 내게 주어질 당신과 함께할 시간은 얼마일까.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남았을까.

내가 가장 바라는 것에 대해
내가 가장 무력하다는 것은 너무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얼마나 자만했던가.
오늘 밤은 눈물이 차오르는 밤이 되겠네.

2013.09.02. 새벽

시와 (Siwa) - 아주 작게만 보이더라도

확신은 없어.

내가 진심으로 이야기 나누는 너에게

나도 항상 고민을 해.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하여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 답은 모르겠어. 나 역시 사람이니까.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정말 너를 위한 것일까, 내 생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회 속에서 잘 적응해가려는 너를 내가 괜시리 잡아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널 위해 하고 있는 행동들이 사실은 너에게 좋지 않은 것들은 아닐까. 모르겠어. 나도 확신은 없어.

하지만 최소한 난,
내가 너에게 말한 것들을 책임질 마음으로 이야기를 해.

나중에, 먼 훗날 언젠가 너가 나에게 그 때 왜 날 그렇게, 그런 방향으로 나의 삶이 흘러가도록 했냐고, 왜 잘 살고 있던 날 흔들었냐고, 나를 비난하고 욕할 경우, 그 비난들을 오롯이 받아들일거야. 그런 각오로 나는 너에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

내가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순간 진심으로 널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고, 그에 대해 책임을 피하지 않을거야.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최선의 길이기 때문에.

이론과 실험이 있지만 그것들이 결코 어떤 것도 확실하게 증명해주지 않는 세계. 답을 알 수 없고, 답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내가 맞았는지도 알 수 없는. 시간이 흘러도 알 수 없을.

내가 가려고 하는 세계는 그래.

- 2013. 09. 02. 새벽

뜨거운 감자 (Hot Potato) - 수학이 좋다.

균형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하듯이
각자의 생각이 모두 그 나름 옳다고 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극단적인 절대주의와 
극단적인 상대주의.

둘 다 균형을 잃은 것에는 차이가 없다.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이 편한 선택이지만,

우리는 그 둘 사이의 긴장감을 견디면서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



가을방학 (Autumn Vacation) -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Between Yellow and Red)
http://www.youtube.com/watch?v=ydXfI95Dw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