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 지냈어?
당신에게 정말 꽤 오랜만에 편지를 써. 거의 보름은 넘은거 같은데. 그동안은 너무 무서워서 쓸 수가 없었거든. 당신에게 글을 쓰려하면 머리가 고통스러웠어. 비유법이 아니라 실제로.
난 당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궁금해. 나는 당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길 바라고 있는 걸까? 나를 생각하며 아파하길 바랄까, 나를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길 바랄까.
후자를 생각하면 그래도 아련하게 가슴이 조금 매이고 눈물이 차. 아직은. 그렇지만 이제 머리가 아프진 않아. 죽을 것 같지는 않아.
당신을 못 보게 된 이후, 난 길거리에서 당신을 아주 일부분이라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을 스칠 때마다 당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머릿 속에 떠올라.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당신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중 많은 경우가 옷인거 있지?
내가 몰랐었는데 당신의 옷차림에 많이 눈을 빼앗겼었단 뜻일까? 당신은 참 그렇게 다양한 옷들을 (물론 언니 옷이라지만) 입고 날 보러 와줬던 거. 내가 같은 옷을 입은 모습을 본 것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그만큼 당신이 나를 생각해줬던 것이겠지.
만난지 일주일도 안되었을 때, 당신은 벌써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파악하고 날 위해주었지. 그만큼 나를 배려해주고 싶었던 것이지.
이제와 생각해보니 얼마나 나를 위해주었는지 나를 생각해주었는지 나를 배려해주었는지 더 알게 되는 것 같아. 당신은 나와 함께 있을 때, 나를 위한 모습들을 나에게 주었어. 이걸 깨달으니 눈물이 흘러. 생각보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당신은 아마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 나를 위하지 않는 모습들을 챙겼겠지. 나를 만났을 때, 그 모습들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당신이 나를 하루 종일 보는 것이 힘들다고 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던거지. 상대에게 긍정적인 감정만을 표출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대는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그대는 내가 그대를 좋은 사람으로 보아주길 바랬던 것일까. 그대가 나에게 바랬던 것은 무엇일까. 그대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었던 것을 무엇일까. 지금 내가 그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더욱 절실하게 알고 싶어.
어쩌면 내가 그대의 부정적인 감정을 소화할 수 없는 사람으로 비춰졌을 수 있겠지. 아니 내가 무의식중에 그런 감정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을지 모르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너무도 그대에게 미안해. 너무. 눈물이 차올라.
시간이 이렇게 야속한 때가 있을까. 냉정하게도 시간은 뒤도 안보고 가버려.
이제 내게 주어질 당신과 함께할 시간은 얼마일까.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남았을까.
내가 가장 바라는 것에 대해
내가 가장 무력하다는 것은 너무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얼마나 자만했던가.
오늘 밤은 눈물이 차오르는 밤이 되겠네.
2013.09.02. 새벽
시와 (Siwa) - 아주 작게만 보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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